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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원리를 생각해볼 때

이름 : 김재연  스크랩
등록일 :
2024-02-01 00:01:18
|
조회 :
9,400
안녕하세요, 김재연입니다. 새로운 수험생분들께 쓰는 두 번째 칼럼이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셨나요.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계셨는지요.

저는 1월 한 달 동안, 말하자면 단기 알바를 다녀왔습니다.
제겐 과분하게 좋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예쁨 받고 사랑하고 함께하고, 차분하고 지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성찰하고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도 글로 적고 싶은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2월 칼럼에서는 수능, 정시, 재수라는 입시 생활에 대한 정보전달을 할까, 하고 고민했었는데요.
이번엔 제가 재수생활을 하던 2년 전, 플래너를 세우거나 길가다 공상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조차 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살았던 생각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앞 문장이 잘 이해가 안 되실 것 같아 첨언을 좀 해야겠습니다.

일례로, 제가 '저 사람에게 예쁨 받고 싶다/저 사람 눈에 들고 싶다' 등의 다짐을 했다고 해봅시다.
저는 그다지 웃음이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미소를 짓는다거나 웃음소리를 낸다거나,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의자를 꺼내고 식탁을 닦고 먼저 휴지를 깔고 수저를 놓는다거나,
마주치는 때마다 인사를 건네고 사소한 대화를 기억해서 언급하고 종종 선물을 주기도 하겠죠.

웃음, 예의, 사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행동들이
'눈길을 끌고 싶다'는 생각
그것 하나에서 출발한 모양새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강 듣기, 문제 풀기, 계획 짜기, 신세 한탄하기... 아주 다양한 행동으로 구성된 제 재수생활도
가만 돌이켜보니 한 가지 생각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그것이었습니다.
=====

무슨 이유인가? 하니.

제 첫 번째 칼럼에서, '이유가 없어도 공부를 할 수 있구나'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앞길 하나 똑바로 보이지 않고 내 상태조차 가시적으로 점검할 수 없는 힘든 입시길을 대체 왜 걸어야 하는지,
남들 다 걷는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승부욕과 오기와 호기심.
그것이 제 행동원칙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호기심은 비단 수능점수와 대학 합격증을 향한 1년간의 과정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플래너를 펼쳐서 '수학 문제집 몇 쪽부터 몇 쪽까지 풀기' 등의 문장을 적어내는 것,
국어 모의고사를 칠 때 이 2점짜리 쉬운 문제 하나의 답을 도출해내는 근거와 과정과 회로,
수학 22번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단서와 풀이를 적어내는 위치와 서순...

남들이 관성처럼 또는 유행처럼 해내는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저만의 이유로 납득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다른 사람 하는 그대로 흉내내면서 사는 것이 멋없어 보이더라구요.

성실하게 공부하지 않던 자기합리화와 외면과 회피의 시기에는 이러한 태도가 도리어 제게 독이 되었지만,
스스로 의무와 과제를 마주하던 재수 시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기둥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

뜬금없이 제 내면 얘기만 늘어 놓아서 혼란스러우셨을지요.
제 가치관을 설파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1년이라는, 수험생에게는 아마도 처음 마주하는 롱텀 프로젝트를 끝마치는 데에 있어,

과학실험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가설.
이번 칼럼의 표현을 따오자면 '모든 행동의 기저가 되는 생각'.

중심원리가 되는 한 가지 마음가짐을 갖고 나아가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이기도 하고 후회를 줄이기도 하며 실패의 값어치를 높여주기도 하니까요.
하루이틀의 얕은 공부량에 과히 매몰되지 마시고, 차분히 자신의 방향성을 고민하실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써놓고보니 저야 이미 입시에 성공한 운좋은 한량인 터라, 여러분께는 마냥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네요.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24년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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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연
멘토

서울대

김재연 멘토

  • ○ 서울대 경영대학 23학번
  • ○ 인문계열 / 정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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